OECD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

먼저 OECD 주요국 중에서 일본의 연간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OECD 데이터는 각국의 통계를 취합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반영되기까지 약 1~2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OECD 평균은 약 1,740시간입니다. 최장 노동시간 국가로 알려진 멕시코는 2,207시간,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은 1,872시간, 미국은 1,805시간으로 모두 OECD 평균보다 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1,611시간으로 이들 국가보다 짧으며, 노동시간이 적은 나라로 자주 언급되는 프랑스는 1,489시간입니다. 또 일본과 GDP 규모가 비슷한 독일은 연간 1,335시간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국제 비교에서 보면 노동시간이 긴 편은 아니지만, 실제 일본 사회에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OECD 통계가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근로자까지 모두 포함한 평균치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파트타임 근로자의 비율이 높아 평균값이 낮아 보이는 효과가 있으며, 실제 정규직 노동자의 체감 노동시간은 더 길 수 있습니다.
OECD 주요국 파트타임 고용률

같은 기간 동안의 OECD 주요국 파트타임 고용률을 살펴보겠습니다. OECD 평균은 약 14.7%입니다. 프랑스(12.6%)와 한국(12.5%)은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연간 노동시간 데이터가 주로 정규직의 근무 실태를 더 잘 반영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 알려진 멕시코의 경우에도 파트타임 고용률은 16.6%에 불과합니다. 반면, 일본(21.0%)과 독일(21.1%)은 GDP 규모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파트타임 비율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약 300시간 차이가 나며, 이는 파트타임의 비율만으로는 노동시간 격차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미국은 OECD에서 파트타임 고용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이번 비교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실제 노동시간, 파트타임 비율, 야근시간

위 자료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취업 형태별 연간 총 실노동시간 및 파트타임 노동자 비율 추이 그래프입니다.
가장 위의 주황색 선은 파트타임을 제외한 일반 노동자의 연간 총 실노동시간을 나타냅니다. 1994년(平成6年)에는 2,036시간이었으나 2022년(令和4年)에는 1,948시간으로, 약 30년 동안 100시간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2018년까지만 해도 연간 2,000시간을 넘었던 점에서, 감소 추세가 최근 들어서야 뚜렷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란색 막대 그래프는 전체 취업자 중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시각적으로도 알 수 있듯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며, 2022년에는 31.6%까지 증가했습니다. 일본 노동시장에서 파트타임 고용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아래쪽 빨간색 선은 파트타임 노동자의 연간 총 실노동시간을 나타냅니다. 흥미롭게도 파트타임 고용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반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장기적으로 감소세를 이어왔습니다. 1994년에는 1,172시간이었으나 2022년에는 955시간으로 줄어, 200시간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는 파트타임 근로자 수가 늘어도 1인당 실제 노동시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올해 발표한 시간외노동시간 조사 데이터입니다. 첫 번째 열은 시간외노동시간을 구간별로 나눈 것이며, 두 번째 열은 전체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평균 분포, 세 번째 열은 전체 노동자의 실제 분포를 나타냅니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평균치 분포와 실제 분포 사이의 차이입니다. 전체 상용근로자를 평균적으로 나눈 결과만 보면 약 60%가 월 20시간 이하의 시간외노동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분포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약 40%만이 20시간 이하에 해당하고, 그 외에도 약 24%가 20~45시간 이하에 속해 있습니다. 즉, 단순히 평균치만 보면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짧게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인원이 월 20시간을 넘어서는 시간외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인 내가 실제로 느낀 일본 회사 현실
저는 한국인으로서 오사카에서 약 1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네 곳의 회사를 경험했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은 일본 전체 회사의 상황을 대변할 수 없으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제 경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참고하였습니다.
1. 야근이 있는 회사가 대부분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대부분의 회사와 구직활동 중에 본 많은 구인광고를 보면, 많든 적든 거의 모두 야근이 있었습니다. 야근이 전혀 없는 회사는 드물었고,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월급이 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구인광고에서는 “월 20시간 야근, 워라밸 양호”라고 적혀 있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구직할 때는 이런 점들도 신중히 고려해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미나시 잔교(みなし残業)
미나시 잔교는 회사가 월급에 일정 시간의 야근 수당을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월 20시간 미나시 잔교 포함”이라고 계약되어 있으면, 실제로 그만큼 일하지 않아도 20시간분의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함께 야근을 하거나 함께 퇴근한다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매일 누군가는 야근을 하고 누군가는 정시에 퇴근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오히려 야근을 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미나시 잔교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일을 다 마치고 퇴근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였고, 심지어 상사가 “미나시 잔교 시간만큼은 야근하라”라고 직접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 서비스 잔교(サービス残業)
서비스 잔교는 수당을 받지 못하는 초과근무를 뜻합니다.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퇴근 후 남아 회의 준비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흔히 발생합니다.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일본 직장 문화 속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관행입니다.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예이지만, 사실 저도 재택근무 중에 일이 너무 많아 업무를 다 끝내지 못해 22시에 퇴근 카드를 찍고 계속 일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22시 이후에는 야근 수당 할증이 붙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야근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지시가 있었고, 그래서 바쁠 때는 많은 직원들이 퇴근 카드를 찍고 난 뒤에도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이런 관행에 대한 회사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만, 이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서비스 잔교까지 고려한다면 일본의 실제 노동시간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더 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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