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성과 소비자물가지수
●총무성(総務省)
총무성은 일본의 중앙 행정기관 중 하나로, 행정 운영의 기본 구조를 관리하고 국가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통계 업무를 담당합니다. 특히 인구, 경제, 노동, 물가 등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기초 통계를 생산하고 공개함으로써, 정책 입안이나 학술 연구, 기업 활동에 필요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역할 때문에 총무성은 일본 내에서 “국가의 데이터 허브”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한 총무성 산하에는 통계국(統計局, Statistics Bureau of Japan) 이 있어 각종 조사와 통계 집계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가계조사, 고용 관련 자료는 일본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지표로 활용됩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임금 통계 역시 총무성의 물가지수를 반영해 실질임금을 계산하므로, 두 기관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가계가 실제로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생활비가 얼마나 올랐는가”를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료품, 의류, 주거비, 교통비, 의료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품목들을 기준으로 산출되며,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을 측정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일본에서는 총무성 통계국이 매월 CPI를 조사·발표하고 있으며, 기준연도(현재 2020년=100)를 정해 지수 형태로 공개합니다. 이 지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부의 재정정책, 기업의 임금 및 가격 결정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됩니다. 또한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실질임금 역시 명목임금을 CPI로 보정하여 산출되므로, 임금 통계와 물가 통계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e-Stat은 일본 정부의 공식 통계 포털 사이트로, 각 부처와 기관이 발표하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아래 URL을 클릭하면, 총무성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목임금과 실질임금
●명목임금
명목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급여 금액을 그대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즉, 세전 기준으로 월급, 상여금, 수당 등이 포함된 금액이며 물가 변동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임금이 늘어나 보이더라도, 생활비나 물가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면 실질적인 생활 수준의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이 전년 대비 3% 상승했다고 해도 같은 기간 물가가 4% 올랐다면, 명목임금은 증가했지만 체감되는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목임금은 임금 수준 자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지만, 생활 수준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질임금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보정하여 계산한 지표로, 임금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는지를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 동일한 임금으로 생활에서 얼마만큼의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이 지표는 생활수준, 경제 성장의 체감도, 근로자의 실질적 복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질임금이 상승한다는 것은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실질임금이 하락하면 임금 자체가 올랐더라도 물가상승이 더 가파르다는 뜻이므로, 실제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나 기업은 단순히 명목임금뿐 아니라 실질임금의 변화를 함께 주시해야 합니다.
일본의 명목임금, 물가 추이, 실질임금

이번 그래프에서는 실질임금 상승률을 구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하는 명목임금 증감률과 총무성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증감률을 단순히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하였습니다. 즉, “임금 상승률 – 물가 상승률”이라는 간단한 산식을 통해 실질임금 증감률을 도출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이해하기 쉽고 흐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만, 어디까지나 근사치라는 점을 함께 말씀드립니다.
공식적인 실질임금 산출 방식은 조금 더 정밀합니다. 후생노동성에서는 실질임금지수 = (명목임금지수 ÷ 소비자물가지수) × 100 이라는 공식을 사용하여, 기준연도(예: 2020년=100)를 설정한 뒤 지수화하여 발표합니다. 따라서 제 계산치와 정부 공식 발표 수치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두 방법 모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그래프는 일본의 명목임금, 소비자물가, 그리고 실질임금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오랫동안 높지 않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특히 세계적 팬데믹인 코로나19 이후 크게 오르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임금이 조금씩 오르더라도 물가가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실제 생활에서 체감되는 임금의 가치가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2023년 데이터를 보면, 임금은 2.1% 상승했지만 물가는 3.2%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명목상으로는 월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생활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행히도 2024년에는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앞서면서 실질임금이 소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시대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과제입니다.
외국인인 내가 실제로 느낀 일본 회사 현실
저는 한국인으로서 오사카에서 약 1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네 곳의 회사를 경험했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은 일본 전체 회사의 상황을 대변할 수 없으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제 경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참고하였습니다.
1. 전반적으로 낮은 임금
일본 노동행정연구소(労働行政研究所)에 따르면, 2025년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학 졸업 신입사원의 초임은 약 25만 엔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세금과 사회보험으로 약 20%가 공제되므로 실수령액은 약 20만 엔 정도인데,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자취를 한다면 저축을 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2. 낮은 임금 상승률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매년 혹은 반년마다 인사고과를 거쳐도 임금이 소폭 오르는 데 그칩니다. 제 주변에는 월급이 10만 엔씩 오른 경우도 있었지만, 몇천 엔만 오르거나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임금이 동결된 경우도 흔했습니다.
3. 매년 오르는 소비자물가
특히 코로나 이후 일본도 매년 물가가 오르는 추세인데,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질임금은 줄어듭니다. 저 역시 매달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몇 년 전보다 생활비 부담이 확실히 커졌다고 느낍니다.
4. 상여와 퇴직금은 법적 보장이 없음
일본에서는 상여금과 퇴직금이 노동기준법으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여금은 반드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전혀 지급되지 않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지급되기도 합니다. 또한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도 많지 않아, 월급 외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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