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근 | 내가 직접 겪은 일본 회사에서의 야근 경험담

여러분은 야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회사원으로 생활해 왔습니다. 제 생각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야근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기 출근이든 야근이든 제가 직접 상사에게 요청해 시간을 확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이미 끝났는데도 야근이 당연시되고, 매일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더 많은 시간을 일에 쏟는 수준을 넘어,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직접 체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일본 회사에서 야근을 반복하며 경험한 회사 분위기, 정신적 변화, 신체적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시간의 가치와 금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독자분들께서도 이 경험을 통해 “야근”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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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

다음은 같은 업무로 함께 야근을 하고 있던 K씨와 나눈 대화 중 일부입니다.

●K씨: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러고 보니 막차가 몇 시였더라? 아직 있을까?
●나: (구글맵 검색 중) 아, 아직 있네요. 6시간 후에요. (첫차를 의미)

이 대화를 나누던 시기는 약 두 달간, 평일에는 아침 8시나 9시에 출근해 막차 시간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근무하던 때였습니다. 실제로는 막차를 타고 귀가했지만,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 때문에 “집에 다녀오는 시간조차 아까우니 그냥 사무실에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오사카 중심부의 막차는 대부분 밤 12시 전후에 끊깁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좀비처럼 일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입니다.

내가 경험한 야근이 많은 회사의 특징

저는 한국인으로서 오사카에서 약 1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네 곳의 회사를 경험했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은 일본 전체 회사의 상황을 대변할 수 없으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제 경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참고하였습니다.

1. 퇴근 눈치보기
내 할 일은 다 끝나 퇴근하고 싶었지만, 동료들이나 상사가 여전히 일하고 있으면 혼자 나가기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급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하는 척을 하거나,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 퇴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불편해서인지, 저는 매번 퇴근하기 전에 동료들에게 “도울 일 없나요?”라고 물어본 뒤 자리를 정리하고 퇴근하곤 했습니다.

2. 야근 = 성실
일부이긴 하지만, 여전히 야근을 “일을 열심히 하고 성실하다”고 평가하는 상사나 회사가 있습니다. 사실은 업무 효율이 떨어져서 남아서 일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또 이런 분위기의 회사라면 월급 인상이나 승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업무 배분의 불균형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사무실을 둘러보면, 늘 야근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고, 매번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같은 팀 내에서도 이런 차이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물론 정시에 퇴근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며 업무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야근 경험 후의 변화: 정신적 변화

1. 뇌의 각성
저는 줄곧 사무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편이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져, 너무 피곤해 당장 잠들고 싶어도 잡생각 때문에 좀처럼 잠들지 못하곤 했습니다. 간신히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전에 했던 생각이 그대로 이어졌고,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만성 피로가 점점 쌓여 갔습니다.

2. 불확실성에 대한 스트레스
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 역시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은 몇 시에 끝날까?”라는 생각을 매일 했습니다. 정작 퇴근 시간이 지나도 집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고, 언제 퇴근할지 알 수 없으니 평일 저녁에 약속이나 계획을 세우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3. 집중력 저하
오후가 되면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져, 평소라면 10분 안에 끝낼 일을 30분 넘게 걸려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두뇌는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충분히 쉬지 못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듯했습니다.

4. 성격의 예민함
정신적인 여유가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점점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야근 경험 후의 변화: 신체적 변화

1. 대상포진 발병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생기는 질환입니다. 피부에 수포와 심한 통증을 일으키며, 주로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피로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젊은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젊은 나이였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졌고, 그 결과 대상포진이 발병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을 억제해 잠복 바이러스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운동 부족
사무직이라 하루 종일 앉아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평일 저녁에는 일이 언제 끝날지 몰라 늘 시간을 비워둬야 했고, 평일 아침이나 주말에는 만성 피로 탓에 쉽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근력과 체력이 점점 약해졌고, 운동 부족으로 인해 기본적인 체력마저 떨어져 사무직 업무조차 버겁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야근 경험 후의 변화: 돈에 대한 인식

1. 돈의 가치 하락
야근 수당이나 진급으로 수입이 늘어나면, 저축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거나 평소보다 비싼 사치품을 사곤 했습니다. “이 정도 수입이 있으니 이 정도 가격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수입이 늘어난 만큼 보상 심리로 소비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2. 돈보다 나 자신
한 번은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야근 수당이 상여금 수준으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입이 많아 기쁘기보다는, “내가 그렇게까지 일한 대가가 고작 이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마치 나의 가치가 이 금액으로만 평가되는 듯한 허무함과 허탈감에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는 돈보다도, 나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야근 경험 후의 변화: 시간에 대한 인식

1. 내 삶의 상실
자기계발에 투자하거나 여가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저 “일-집-일-집”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체력적으로도 지쳐 있어 퇴사하지 않는 한 나를 위한 자유 시간을 누리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 시기에는 정말 내가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2. 기회비용의 상실
앞서 말한 내용과 이어지지만, 만약 조금만 더 정신적·체력적 여유가 있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면, 그 여유 시간에 지금처럼 블로그나 부업을 하거나, 미래를 대비해 자격증 공부를 하는 등 나를 위한 투자에 시간을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고, 결국 한 달 일하고 한 달을 살아가는 일회성 수익(월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야근을 통해 배운 점

야근을 많이 해서 수입이 일시적으로 늘거나 상사와 회사로부터 인정받아 승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저는 점점 “나를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부정적이고 우울한 제 모습을 마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매일 늦은 밤까지 야근을 했던 것은 아니며, 특히 사무직이었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 회사에서 장기간 야근을 하며 제가 깨달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리기 어렵고, 흘러간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입니다.

야근의 경험은 제게 지금의 삶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삶인지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회사원분들의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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