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우리는 쉽게 바꾸지 않는다
■관성효과 (Inertia)
한 번 정해진 상태를 바꾸기보다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다.
변화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도, 우리는 익숙함을 선택한다.
일본은 예금 금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목적으로 저축을 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거주하던 시기에는 예금 금리가 비교적 높아 저축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러 은행에서 다양한 예금 상품이 출시되었고, 제가 이용하던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지나 이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져, 대부분의 경우 기존 예금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금리 차이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선택이 심리적으로 더 편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관성효과에 의해, 손해라는 판단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가 우선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획의 오류 (Planning Fallacy)
사람들은 어떤 일을 끝내는 데 걸릴 시간과 노력을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지만, 결과는 늘 비슷하다.
주식 투자 중 한 종목에서 약 −20%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손실 회복을 위해 리스크 관리를 고려했어야 했지만, 투자 금액이 크지 않았고 이 정도 손실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판단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또한 −20%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0%가 아니라 +25%의 수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숫자로는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는 그 부담을 체감하지 못한 채 손실 상태를 몇 달간 유지했습니다.
이는 손실 회복에 필요한 시간과 수익률을 과소평가하고, 미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상한 데서 비롯된 계획의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몰 비용 (Sunk Cost)
이미 들인 시간, 돈, 노력이 아까워서 잘못된 선택임을 알아도 계속 이어가는 경향이다.
과거의 비용이 현재의 판단을 붙잡아 둔다.
주식 투자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손절매일지도 모릅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해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미 투입한 금액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매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팔아버리면 그동안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 망설이면서도 손실 난 주식을 계속 붙들게 됩니다.
이후 손실을 만회하려는 욕구가 커지면, 주가가 더 하락할수록 “여기까지 손실을 본 김에 더 사서 평균 단가를 낮추자”는 판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 결정의 기준은 미래의 기대 수익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손실을 되돌리고 싶은 감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미끼효과 (Decoy Effect)
선택지 하나가 추가되면, 원래는 망설이던 선택이 갑자기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비교 기준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쉽게 행동을 바꾼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본형: 운용 범위 제한, 수수료 낮음
・표준형: 운용 자유도 높음, 수수료 중간
・프리미엄형: 표준형과 운용 자유도는 거의 동일하지만 수수료는 더 높음
프리미엄형은 표준형에 비해 뚜렷한 추가 혜택이 없고 수수료만 더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선택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옵션이 존재함으로써 표준형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선택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이는 극단적으로 나쁜 선택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짝 열등한 옵션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되면서 숫자의 절대적인 수준이 아닌 상대적인 위치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미끼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정: 우리는 느낀 뒤에 판단한다
■손실회피 (Loss Aversion)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감정적 고통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얻는 것보다 잃지 않는 선택에 더 집착한다.
제 주변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보다, 단기적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현금만 저축하는 지인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은행 예금 금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익을 목적으로 한 예금 저축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당장의 원금은 보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나 그에 따른 기회비용의 손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지나가게 됩니다.
물론 투자는 손실의 가능성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갖추고, 분산된 자산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그 리스크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간과 자본을 단기적인 변동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처음 접한 정보나 숫자가 이후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그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아도, 감정은 쉽게 그 앵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앵커링 효과로 인해 판단의 기준점을 잘못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매수한 가격이 손실 회복의 기준이 되거나, 과거의 고점이 목표 가격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시장이나 기업의 절대적인 가치, 혹은 현재의 시장 환경보다는 처음 접한 숫자가 기준점으로 고정되면서 발생합니다. 그 결과 투자자는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더라도, 앵커링 효과에 의해 형성된 기준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멘탈 회계 (Mental Accounting)
사람들은 돈이나 자원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마음속에서 서로 다른 계정으로 나눠 관리한다.
그래서 같은 금액이라도 출처나 용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낀다.
저는 한때 월급으로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단기 주식 투자를 시작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꽤 큰 수익을 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계획은 월급으로 투자 원금을 차곡차곡 모으고, 단기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다시 재투자하거나 일부를 현금으로 저축해 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계획과 달랐습니다. 매달 월급에서 모으는 투자금은 한 달 한 달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던 반면, 단기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상대적으로 쉽게 번 돈처럼 인식되었습니다. 그 결과, 투자 수익은 월급과 달리 큰 고민 없이 소비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소비를 멈춘 상태입니다. 이미 써버린 돈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같은 금액이라도 출처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사용하게 된다는 멘탈 회계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확신 바이어스 (Confirmation Bias)
이미 믿고 있는 생각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려는 경향이다.
한번 형성된 감정과 판단은 스스로를 강화하며 굳어진다.
확신 바이어스는 보유 중인 종목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행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투자자는 긍정적인 기사나 낙관적인 전망에 관한 뉴스에는 집중하지만, 실적 악화나 구조적 리스크를 지적하는 정보는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쉽게 넘기게 됩니다.
또한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자신과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만 참고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투자자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배제하기 쉽습니다. 그 결과 이미 가진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수집하게 되고, 정보의 다양성은 사라지며 자신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게 됩니다.
■쾌락적응 (Hedonic Adaptation)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점점 익숙해진다.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해도 만족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투자를 막 시작했을 무렵, 처음으로 수익을 냈을 때는 금액의 크기보다 수익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후 비교적 큰 금액의 수익을 올렸을 때도 분명한 성취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수익률과 수익금에는 점점 이전만큼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연 4% 정도의 수익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더 높은 기대 수익률을 원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투자뿐 아니라 일부 자금을 고위험 자산에도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쾌락적응은 더 큰 수익을 추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점점 더 강한 자극과 위험을 추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우리는 미래의 나를 항상 배신한다
■현재지향 바이어스 (Present Bias)
사람들은 미래의 보상보다 지금 당장의 만족을 더 크게 평가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알면서도 현재의 선택을 반복한다.
제 주변에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미루는 유형의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개인의 투자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NISA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저 개인적으로도 현재 일본의 상황에서는 개인에게 투자가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투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아직 증권 계좌를 개설하지 못했다거나, NISA는 어려워 보여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 혹은 지금은 세계 시장이 불안정하니 투자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루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러한 행동은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보다, 지금 당장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현재지향 바이어스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쌍곡할인모델 (Hyperbolic Discounting)
보상이 가까워질수록 그 가치는 급격히 커지고, 멀어질수록 빠르게 할인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미래의 이익을 과소평가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과대평가한다.
미래를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거나 투자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된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어봤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합리적인 계획처럼 보였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보면 “이번 달은 이벤트가 많아 지출이 예상보다 컸으니 다음 달부터 시작하자”는 판단으로 계획을 미루게 됩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저축하고 투자하는 선택은 먼 미래의 결과를 전제로 하지만, 그 미래가 현재로 다가오는 순간에는 상황에 따라 선택이 비합리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보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쌍곡할인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연보상회피 (Delay Discounting)
보상이 지연될수록 기다리는 비용이 크게 느껴져, 선택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같은 보상이라도 지금 받을 수 없다면 쉽게 포기한다.
지연보상회피는 보상이 늦게 오는 선택을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행동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ETF나 분산 투자가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몇 년 뒤의 수익보다 당장의 결과가 보이는 단기 매매에 더 끌리거나,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가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중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배당이나 복리보다 즉각적인 현금화를 선호해 배당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는 행동 역시 지연보상회피의 예입니다.
저 역시 지연된 보상을 기다리기보다 단기적인 결과를 선호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적립식 투자 계좌에 매달 자동이체로 투자하며 계좌 확인도 1년에 몇 차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장기 투자는 분명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자산 축적의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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