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우리는 쉽게 바꾸지 않는다
■관성효과 (Inertia)
한 번 정해진 상태를 바꾸기보다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다.
변화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도, 우리는 익숙함을 선택한다.
제가 한 회사에서 업무 개선을 담당했을 때, 개선이 필요한 업무를 파악하고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무자들과 빈번하게 회의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왜 이 업무를 지금의 방식으로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고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실무자들 역시 해당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익숙해진 업무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는 회사 조직에서 관성효과로 인해 비효율을 알면서도 기존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전형적인 사례였습니다.
■계획의 오류 (Planning Fallacy)
사람들은 어떤 일을 끝내는 데 걸릴 시간과 노력을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지만, 결과는 늘 비슷하다.
저는 되도록이면 각 업무에 할당 시간을 정해 두고 움직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정도 업무라면 점심 이후에 두 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도, 갑작스럽게 회의가 잡히거나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서 예상한 시간 안에 마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는 계획의 오류로 인해, 다양한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미래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매몰 비용 (Sunk Cost)
이미 들인 시간, 돈, 노력이 아까워서 잘못된 선택임을 알아도 계속 이어가는 경향이다.
과거의 비용이 현재의 판단을 붙잡아 둔다.
현재 계약 중인 거래처와 동일한 업무 내용을 더 저렴한 단가로 제공하는 다른 거래처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기존 거래처에 그동안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는 이유로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거래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는 이미 회수할 수 없는 과거의 비용이 아까워 잘못된 선택임을 알면서도, 그 결과로 더 큰 미래의 손실을 만들어버리는 매몰비용 이론이 적용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끼효과 (Decoy Effect)
선택지 하나가 추가되면, 원래는 망설이던 선택이 갑자기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비교 기준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쉽게 행동을 바꾼다.
연봉 인상을 위한 개인 평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한 회사에서는 개인 평가가 다섯 단계로 나뉘어 있었지만, 최고 등급은 회사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선택 가능한 평가는 다섯 단계 중 최고 등급을 제외한 중간 이하의 몇 가지 등급으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최고 등급이 존재하면서 평가 기준이 왜곡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인식되게 됩니다. 이는 미끼효과로 인해 선택 구조가 바뀌고, 실제 필요나 기준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정: 우리는 느낀 뒤에 판단한다
■손실회피 (Loss Aversion)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감정적 고통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얻는 것보다 잃지 않는 선택에 더 집착한다.
제가 경험했던 대부분의 일본 회사는 상하 관계가 매우 엄격했습니다. 특히 사장이나 임원, 상사의 발언은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상사가 동석한 회의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괜히 나섰다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거나,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패했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더 크게 느껴져,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도 침묵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손실회피로 인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안정감을 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처음 접한 정보나 숫자가 이후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그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아도, 감정은 쉽게 그 앵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가 담당하던 업무에서 한 번 상당히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큰 평가를 받았지만, 그 성과가 오히려 저에 대한 기준점이 되어 이후 비슷한 성과를 냈을 때는 좋은 평가를 받기보다는 더 큰 성과를 기대받게 되었습니다.
연봉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연봉이 개인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연봉 인상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적다고 느끼거나, 반대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게 되기도 합니다.
■멘탈 회계 (Mental Accounting)
사람들은 돈이나 자원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마음속에서 서로 다른 계정으로 나눠 관리한다.
그래서 같은 금액이라도 출처나 용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낀다.
업무로 사용하는 회사 경비는 본인의 돈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개인적으로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법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또한 상여나 각종 수당은 월급과는 다른 돈처럼 인식되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소비해버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같은 돈임에도 불구하고 출처에 따라 소비 기준을 달리 적용하게 되는, 멘탈 회계 이론이 적용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확신 바이어스 (Confirmation Bias)
이미 믿고 있는 생각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려는 경향이다.
한번 형성된 감정과 판단은 스스로를 강화하며 굳어진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타 부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특정 부서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모두 그 부서의 책임으로 해석해 버리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본 뒤, 서로가 각기 다른 지점에서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확신 바이어스로 인해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을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되고, 그 결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흐려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일수록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쾌락적응 (Hedonic Adaptation)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점점 익숙해진다.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해도 만족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어떤 계기를 통해 월급이 약 40퍼센트 정도 상승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승한 월급은 점점 당연한 것이 되었고, 이후 월급이 다시 인상되었음에도 그 증가분이 오히려 너무 적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당시 느꼈던 기쁨과 만족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익숙해졌고, 그 결과 더 큰 만족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쾌락적응은 큰 기쁨조차도 결국 평범한 기준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시간: 우리는 미래의 나를 항상 배신한다
■현재지향 바이어스 (Present Bias)
사람들은 미래의 보상보다 지금 당장의 만족을 더 크게 평가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알면서도 현재의 선택을 반복한다.
입사 초기에는 출퇴근 시간이나 퇴근 후 여가 시간을 활용해 영어 회화, 독서, 자기계발 등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면 당장의 피로가 더 크게 느껴져, 계획은 내일로 미루고 휴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선택이 하루하루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몇 년이 지나 있었고, 자신을 위한 자기계발이나 투자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 버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마다, 현재지향 바이어스를 떠올리며 제 선택을 한 번 더 돌아보고는 합니다.
■쌍곡할인모델 (Hyperbolic Discounting)
보상이 가까워질수록 그 가치는 급격히 커지고, 멀어질수록 빠르게 할인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미래의 이익을 과소평가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과대평가한다.
회사원에게 연휴는 학생의 방학과도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그러나 막상 연휴가 시작되면,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모처럼인 만큼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연휴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쌍곡할인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휴 전까지는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던 사람이, 연휴가 시작되면서 즉각적인 만족을 더 중시하게 바뀌어 버리는 것입니다.
■지연보상회피 (Delay Discounting)
보상이 지연될수록 기다리는 비용이 크게 느껴져, 선택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같은 보상이라도 지금 받을 수 없다면 쉽게 포기한다.
지연보상 회피는 회사 업무나 시스템 개선과 같은 영역에서 특히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이유로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개선을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수고와 부담은 지금 바로 발생하는 반면, 그 효과와 보상은 나중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합리적으로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선택이 반복되곤 합니다.





Comments